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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탁(肉鐸)의 정신으로 신안군민신문 발행할 터

작성일 : 2016-07-08 00:53

장봉선<본지 발행인/문학박사>


 

한 때 인터넷을 도배했던 염전 노예 사건, 학부형 집단으로 여교사 성폭행 등은 신안군의 낯 부끄러운 자화상이자 현주소이다.

섬으로 구성되어 있는데도 군 단위에서 유일하게 경찰서가 없고, 변변한 지역신문 하나 없는 곳이 신안군이다.

정보화의 시대에서 섬의 특성상 더딜 수밖에 없고, 무심코 모르고 지나는 일도 허다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어떤 사건이 터지면 쉬쉬 하는 것으로 일관하다, 섬 운운해가며 여론의 뭇매를 맞는 게 작금의 현실인지도 모른다.

지방자치의 궁극적 목적이 주민들의 편익 증진과 삶의 질 향상에 있음을 전제, 지역신문의 역할은 지역사회내의 정보교류나 여론 수렴의 장으로서 뿐만 아니라, 건전한 비평을 통해 지역사회의 중심을 이루고, 건강한 시민사회를 유지시켜주는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측면에서도 지역 언론의 역할이 있으리라 단언하고 싶다.

필자는 지역신문만 15년 가까이 해 오면서 여타의 군청이고 경찰서 공보부서 혹은 홍보부서를 수십 곳을 다녀 보았지만 신안군의 홍보부서를 보고 어안이 벙벙했다.

기자들끼리 차 한 잔 마시면서 정보를 교류할 공간은 아랑곳 하지 않고, 출입구 앞에 덜렁 의자 하나 비치돼 있어, 대면할 수 있는 공간이 고작이었다.

과장하면 교도소에서 1:1로 면회하는 장소와도 흡사했다.

어쩜, 언론의 자유를 표방하는 대한민국에서, 단 하나 존재하는 홍보부서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상황이 이 지경까지 오는 데는 일부 언론인들의 범위를 벗어난 취재나 사이비성 기사 남발이 한 몫 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처음 가 본 사람으로서는 당황스럽고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다들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자부담과 가뭄에 콩 나듯 하나씩 있는 광고로서 전전긍긍하며 운영하는 대부분의 지역신문사로서는 ‘헝그리 정신’과 광고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역신문은 대통령이 어쩌고, 국회가 어쩌고 하는 기사를 쓴 게 아니라 내 주위와 지역 이야기를 지역민의 눈높이에서 써 내려간 일종의 로컬 페이퍼다.

이와 관련해 어느 신안군 모 인사에게 어려운 여건에서 어렵게 신문을 창간했으니 관심을 가져달라는 이야기에 중앙신문도 안보는데 누가 지역 신문 ‘그까지 것’ 보겠냐며 핀잔을 받은 적이 있다.

물론 맞는 지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지역민들이 주는 급여는 꼬박꼬박 받아 가는지…

 

역경의 길인 지역신문은 내 배를 부르자고 하는 일도 아니고, 누군가는 지역민의 눈높이에서 지역 목소리를 내야 하는 어려운 일이다. 일종의 자정역할이다. 특히 섬으로 구성된 신안군의 경우는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중국에 우공이산(愚公移山) 고사성어가 있다. 우공(愚公)이 산을 옮긴다는 이야기이다. 즉 어떠한 어려움도 굳센 의지로 밀고 나가면 극복할 수 있으며, 하고자 하는 마음만 먹으면 못 할 일이 없다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 미련한 짓이다.

지역신문 또한 누군가는 우공이산처럼 미련한 짓도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 첫 발을 내딛었다. 시작은 몇몇이 했지만, 올바른 공동체 형성을 위해서는 신안군민이 동참해야 할 일이다.

 

문득 배한봉 시인의 ‘육탁’이란 시가 생각난다.

/새벽 어판장 바닥에 막 쏟아 낸 고기들은 살아서 파닥거린다./

시인은 그것을 ‘육탁’이라고 했다.

“생애에서 제일 센 힘은 바닥을 칠 때 나온다”는 것은 삶의 어떤 계기에서 얻은 시인 자신의 깨달음이다. 바닥을 친다는 것은 생의 나락으로 굴러 떨어진 상황을 가리킨다. 실존주의 철학자들이 말하는 피투적(被投的) 기투(企投), 즉 세계에 내동댕이쳐짐이 바로 그것이다. 바다에서 포획된 생선들에게 어판장 바닥은 그야말로 낯선 세계다. 생존의 영도(零度), 즉 바닥이다. 바닥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보다 더한 추락도 있다. 바닥을 치고 난 뒤의 바닥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현실에서는 드물지 않은 일이다. 육탁은 온몸으로 바닥을 쳐서 제 살아 있음을 알리는 일이고, 다시 일어서기 위한 몸짓이다. 그렇게 힘껏 바닥을 치다 보면 온몸은 만신창이가 될 것이다. 눈물이 나는 은유다.

 

낙도로 구성된 신안군에서 모든 경비가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어려운 역경의 길이다. 다소 더디게는 가겠지만 쉬지 않을 것이다.

배한봉의 시가 내포한 육탁처럼, 바닥을 치는 심정으로 혼신을 다해 신안군민신문을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