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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0-07-31 17:18

신안가(新安歌)

 

장봉선

 

바람은 파도를 만들고

파도는 갯벌에 힘줄 놓아 골을 내니

해와 달이 만들어낸 자연의 시간 물때 맞춰

갯것들 개웅 따라 물밀 듯이 들어오고

이때 아낙의 어깨가 근질근질하다.

 

섬과 갯벌이 얽히고설킨 한 폭 산수화를 뒤로

게으른 달빛이 둑 언저리에서 쉼을 청할 때

물때 놓친 숭어 냅다 놀라 팔짝 뛰고

깎아지른 홍도 비경이 절경을 자아내는

영원한 섬들의 고향 신안*.

 

갯벌은 부끄러운 줄 알면서도

여인네 넓적다리 같은 속살을 뽀얗게 드러내면

갯골은 생동하는 핏줄같이 거듭하여 꿈틀대니

어메 젖통 같은 생명의 화수분 신안 누리가

보는 것만으로도 정겹구나.

 

서해 흩어진 섬들에 해당화 피고 지고

끝 섬 가거도 멸치잡이 노 젓는 소리에

갈매기도 쉼 없이 춤을 추고

중중모리 구성진 장산도 논매기 들노래*

섬마을 아낙의 한이 승화되는구나.

 

무구한 섬 아가씨 마음 송두리째 앗아놓고

가버린 섬마을 선생님의 뒷모습 바라보며

배길 끊긴 안좌 사치도는 고요하다 못해 적막하고

마음속 말 한마디 끝내 하지 못한 기다림에

부두는 항상 그리움의 대상이어라

 

두 동강 정한을 간직한 신의 사람들

품삯 비싸 마누라와 달랑 둘이 석 달 열흘 골병들어

송장 손도 빌려 하늘 쳐다볼 새 없이

산비탈 메밀처럼 몰강스럽게

오직 해님만 의지한 채 바람과 함께 만들면

하늘은 흘린 땀만큼 눈이 시리도록 부시게

마치 메밀꽃을 뿌려 놓은 듯 물 토닥이며

손님 내려보내 은··계를 주시네

다이아몬드보다 더 빛난 꽃이 피며

새하얀 소금이 오네.

 

속임 없이 정직한 토지는 삶의 원천

땅 한 평 갖기 위해 삼백 년 걸친 통한의 역사 안고

여기에 그 비를 세우노니 하의도 토지항쟁비라

게다가 일단사일표음의 초암선생* 글방 열어 후학 양성하고

마침내 그 열매가 노벨평화상에 이르니

장하고도 장하도다 초암이여.

 

바람결에 표표히 서서

바다를 보면 누구나 파도가 되고

산에 오르면 엉킨 연리지가 되니

절로 색즉시공 공즉시색의 연기(緣起) 이치라

절로 가는 마음이 만년사에 이르러

당나라 낙양 꼴로 목초 우거진 도초

선비 고장답게 인물 풍년이로구나.

 

성난 파도 이겨낸 능창*의 혼이 서린

압해(押海)를 누르고 흑산(黑山)에 이르니

바닷물이 짙푸르다 못해 까마귀처럼 검구나

주둥이는 돌출하고 마름모꼴로 얼룩얼룩한 무늬

! 그놈 천하일품 흑산 홍어로구나

영산도* 사람들 뱃길 따라 나주목까지 실어 나르니

전라도는 홍어가 없으면 그것은 잔치도 아니여.

 

어디 이뿐이랴

쪽빛 센물에 세상 껍데기 머물 틈도 없어

차안과 피안 연결하는 사신 보찰과

내 누이 으뜸 혼수품 만재곽*

지천으로 널려 산수화를 이룬 절해고도

나는 그 섬에서 살고 싶네.

 

저 문무대왕릉 너머 수평선 뚫고 오른 일출이

지도를 가로질러 임자에 이르러

수평선 뒤로 신기루처럼 사라지니

지는 해를 품고 떠오르는 섬

조기, 부세, 수조기와 한 가족 이루는 백성 고기 민어는

어허, 당당한 몸집이 누가 봐도 큰 형님이로세

새우 파시의 전설이 어린 전장포* 육젓은

밥 날라 꼬박 석 달 혈전한 뱃사람들의 애환이 있어

감칠맛 나게 더 맛깔남이로세.

 

누가 신안을 유배의 섬이라고 했던가

중국인 두사충*을 안은 돈후한 고장 자은

바위가 병풍처럼 섬을 둘러싸고 있는 옥토 암태

섬과 섬을 이어주는 대동맥 팔금

페넬로페의 숙명 받아 서양화단 거목 배출한 안좌

세찬 바람 험한 물결 온몸으로 막아내는 수문장 비금

다른 모습에서 제 역할 톡톡 해내니

신안 천하가 지구본일세.

 

세인들이여

새롭게 날구장창 평안할 신안

지도, 임자, 증도, 압해, 자은, 암태와

팔금, 안좌, 하의, 신의, 장산, 비금, 도초 그리고 흑산으로

에헤야! 지국총 지국총

세월 이겨낸 멍텅구리 배에 돛과 노 달아매고

배 띄워 신안 보물 찾으러 유람 떠나보세.

 

*신안:지도읍, 압해읍, 임자, 증도, 자은, 암태, 팔금, 안좌, 하의, 신의, 장산, 비금, 도초, 흑산 14개 읍·면으로 이루어졌다.

 

*장산도 논매기 들노래:신안군 장산면 공수리에 전승하는 논농사 노래로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제21.

 

*초암선생: 하의면 대리에서 출생했으며 1912년부터 후학을 양성함.

 

*능창:완도 장보고 사후 서기 900~910년경 고려 건국 초기(후삼국 시대)에 압해도를 근거지로 서남해에서 활약했던 해상 영웅으로 바다 전투에 탁월하고 마치 수달처럼 물에서 자유롭다하여 수달 장군으로 불렸다.

 

*영산도:흑산도에 속한 부속도서.

 

*만재곽:흑산도의 부속도서 만재도에서 나는 자연산 돌미역.

 

*전장포:임자면에 속한 지명(地名).

 

*두사충:조선 중기에 귀화한 무장. 임진왜란 때 원군으로 난을 평정하는 데 공을 세웠다. 장차 명나라가 망할 것을 알아차리고 조선에 귀화했다.

 

*장봉선은 목포대학교에서 대학원(박사과정) 현대문학 소설을 전공했다.

주요저서로는 춘원 수필 연구, 언어와 문학, 미당 서정주 에 나타난 상징성 연구 등이 있으며, 해남관광호텔 대표와 남도신문 대표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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